집에서 매일 전쟁을 치르다 보니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당연히 친구도 거의 없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아이들이 모두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했다. 나도 덩달아 PC방에 몇 번 따라가 게임을 했다.
게임에 소질이 있었던 것 같다.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학교에서 게임을 가장 잘하는 아이가 됐다. 고등학교 2학년에는 배틀넷 랭킹 상위권에 올랐다. 프로게이머 제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결국 고등학교 3학년 때 자퇴를 하고 프로게임단에 들어갔다. 지긋지긋한 집과 가난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하루에 20시간씩 게임을 했다.
두 시간만 컴퓨터 책상에 엎드려서 자고, 나머지 시간은 밥 먹고 쉬었다. 그렇게 6개월을 하니까 실력이 어마어마해졌다.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던 인생이었는데 게임에서는 모두의 인정과 환대를 받았다.
그런데 게임을 하면 할수록 공허했다.
마음에 구멍이 난 것 같았다. 조금만 더 하면 성공할 것 같은데, 목마름이 갈수록 더해만 갔다. 그렇다고 되돌아갈 수도 없었다. 고등학교까지 자퇴하고 선택한 길이기에 뒤가 없었다.
하루는 매니저가 김치찌개를 시켜줬다. 숟가락으로 떠먹으려고 하는데, 손이 떨려서 먹을 수 없었다. 수전증이 온 것이다. 6개월을 잠도 거의 안 자고 게임만 하니, 몸이 완전히 상했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 휴가를 얻었다.
6개월 만에 고향집으로 내려갔다. 현관문을 여니 소주병이 와르르 쏟아졌다. 집은 여전히 전쟁터였다. 폭발할 것 같아 문을 쾅 닫고 나와 집 앞 PC방으로 피신했다. 쉬러 내려갔는데 또 PC방에 가서 밤새 게임을 하다가 새벽 4시에 벽시계를 봤다.
혼잣말로 “새벽 예배할 시간이네” 하고 중얼거리고는 갑자기 일어나 교회로 걸어갔다. 교회는 걸어서 한 시간 거리였다. 6개월 만에 교회에 갔다.
도착하니 담임목사님은 강대상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 중이셨다. 내가 제일 먼저 와있었다. 맨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서 기도하려고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누가 나를 꼭 끌어안아 주는 것 같았다.
화들짝 놀라 눈을 떠서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따스한 기운이 나를 감싸안았다. 살면서 따뜻함이라는 걸 경험해본 적이 없었는데, 인생 처음으로 그 따뜻함을 경험한 거다. 그날 이후로 교회의 모든 예배를 다 나갔다.
그 무렵 청년부 동계수련회에 갔다.
첫날부터 마음이 뭉클해지고 안에서 무언가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셋째 날 저녁 집회 때 목사님이 회개하라고 하시자마자 입에서 회개가 터져 나왔다.
눈을 감고 있으니 지난날 내가 지었던 죄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죄만 터져 나온 것이 아니었다. 눈물도 함께 터졌다. 몇 시간을 눈물과 콧물을 쏟으며 기도했다. 그동안 흘리지 못했던 눈물을 그날 다 쏟아냈다.
예수님을 만난 순간 깨달았다.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수님의 사랑을 받는 존재였다. 예수님이 나를 살리려 대신 죽으셨다는 걸 머리로는 알았는데, 그때 비로소 마음으로 믿어졌다.
‘나를 사랑하셔서 대신 죽으셨구나, 나를 살리시려고 생명을 내어주셨구나.’
그 사랑이 믿어지니 눈물이 났다. 그 사랑이 너무 고마워서 한참을 울고 또 울었다. 비빌 언덕이 없어 울지 못했던 내가, 아무리 울어도 봐주는 이가 없어 눈물이 말라버렸던 내가, 마침내 주님을 만나 눈물을 쏟아낸 것이다. 비빌 언덕을 찾았고 내가 울 때 곁에 계신 주님을 만났기에 울고 또 울었다. 나를 대신하여 죽으신 십자가의 복음이 나를 살렸다.
우리는 복음을 선물이라고 한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공짜로 주시기 때문이다. 그 일을 위해 하나님은 생명값을 치르셨다. 선물은 주는 사람이 줘야만 받을 수 있다. 복음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셔야만 받을 수 있다. 우리 마음에 심어주셔야만 믿을 수 있다. 그제야 십자가가 마음으로 믿어진다. 머리로 암기하고 이해해서 되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가 있어야 가능하다.
하나님이 그 마음에 복음을 선물로 심어주시면 구원받고 회개한다. 지적인 능력, 고집, 죄가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하나님이 복음을 심어주시면 된다.
그렇게 예수님을 만난 뒤로, 눈물을 되찾았다. 그동안 어둡게만 보이던 세상이 총천연색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고 길가에 핀 잡초조차도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알코올 중독과 가난에 빠진 가정의 현실은 그대로였지만 내 마음이 바뀌었다. 마음이 바뀌니 살 수 있었다. 예수님은 내게 삶의 목적도 주셨다. 주의 종으로 부르셨다. 독학으로 검정고시와 수능을 치르고 신학대학교에 입학했다.
- 하나님의 눈물, 서진교
† 말씀
광야에서도 너희가 당하였거니와 사람이 자기의 아들을 안는 것 같이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가 걸어온 길에서 너희를 안으사 이 곳까지 이르게 하셨느니라 하나
- 신명기 1:31
† 기도
주님, 세상의 인정으로 채울 수 없던 내 영혼의 빈자리를 오직 주님의 사랑으로 채워주소서. 굳어버린 마음에 복음을 심어주시고, 십자가의 사랑이 날마다 새롭게 믿어지게 하소서. 눈물조차 잃어버렸던 인생 가운데 찾아오신 은혜를 잊지 않고 끝까지 주님만 붙들게 하소서.
† 적용과 결단
세상의 성공과 인정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 나의 가치를 찾겠습니다. 지치고 공허할 때마다 다시 십자가 앞으로 나아가 복음을 붙들겠습니다. 이제는 복음을 전하며 주님의 뜻을 위해 살아가기로 결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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