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은 에서가 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지웠다.
그가 에서이기를 선택한 순간부터 20년간 에서의 그림자 아래 기숙했다. 그는 아버지 이삭을 속였고, 그보다 먼저 자신을 속였다.
자신과 아버지를 속이고 나니 자신으로 영영 되돌아갈 수 없는 운명에 처한다. 그가 야곱이기를 선택하면, 자신이 누리고 싶은 축복을 누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가 자신으로 돌아가면 아버지에게서 거부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 야곱에게 하나님께서 나타나셔서 건네는 질문이 무언가?
“네 이름이 무엇이냐?”
주님이 물으신다.
“너는 누구냐?”
하나님께서는 끈질기게 야곱을 이 물음 앞에 세우신다. 이것이 참사랑이 아니고 무엇인가? 야곱을 있는 모습 그대로 아시고, 인정하시고, 사랑하시는 창조주이신 하나님의 끈질긴 추적이다. 야곱의 진짜 존재에 대한 추적, 20년간 스스로에게도 잊힌 존재에 대한 추적 말이다.
당신은 주님의 사랑을 느끼는가? 이 물음은, 이 추적은, 오늘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로 향해 있다. 주님은 우리에게도 물으신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너는 누구냐?”
“흉내 내지 마, 위장하지 마, 숨지 마, 가리지 마, 잊지 마, 지우지 마. 너는 너 자신으로 돌아가야 해. 너는 네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해.”
이것이 오늘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간절한 메시지인지 모른다.
그런데 바로 주님의 이 끈질긴 물음에 야곱이 대답한다. 이번에 어떻게 답하는가?
그가 이르되 야곱이니이다 - 창 32:27
이 장면은 성경에서 야곱이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야곱입니다”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유일한 순간이다.
바로 이때가 비로소 야곱이 20년 만에 참된 자신으로 돌아간 순간이 아니었을까. 그는 있는 모습 그대로의 자신, 붙잡는 자, 속이는 자, 사기꾼 같은 자신에게로 돌아갔다. 다른 누구 아닌, 야곱 그 자신 말이다. 가면을 벗고 진정한 자신으로 선 것이다.
바로 이때, 비로소 야곱의 새 삶이 시작됐다.
그가 이르되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이는 네가 하나님과 및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음이니라 야곱이 청하여 이르되 당신의 이름을 알려주소서 그 사람이 이르되 어찌하여 내 이름을 묻느냐 하고 거기서 야곱에게 축복한지라 그러므로 야곱이 그곳 이름을 브니엘이라 하였으니 그가 이르기를 내가 하나님과 대면하여 보았으나 내 생명이 보전되었다 함이더라 그가 브니엘을 지날 때에 해가 돋았고 그의 허벅다리로 말미암아 절었더라 - 창 32:28-31
하나님은 이제 그에게 새 이름을 부여하신다.
성경에서 새 이름은 새로운 정체성, 새로운 사명을 의미한다. 그는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된다. 구약 선민을 가리키는 대표자가 되었다.
그러고는 30절에 뭐라고 기록돼 있는가?
“야곱이 그곳 이름을 브니엘이라 하였으니.”
“브니엘”이란 ‘하나님의 얼굴’이란 뜻이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에게조차 잊히고 지워졌던 자신을 보았고, 하나님의 얼굴도 보았다. 이 둘은 언제나 같이 간다.
그리스도인은 어떤 사람인가?
우리는 이미 환도뼈가 위골된 사람이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강인한 힘과 자아를 의지할 수 없는 자들이다. 우리의 자아는 이미 깨어지고 부서졌다. 무릎으로 기어나가야 비로소 세상을 이길 수 있는 자들이다. 바로 야곱과 같이.
야곱이 하나님의 얼굴 앞에서 자신을 찾았을 때, 결코 해결할 수 없던 문제가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 시간이 해결할 수 없던 일, 누구도 설득할 수 없던 마음, 20년의 가면, 20년의 방황, 20년의 앙금이 모두 한 번에 해결되었다.
부르심의 땅을 향해 가라.
다른 것을 의지하지 말고, 하나님만 붙잡아라. 하나님 앞에 가면을 벗어라. 그분의 얼굴 앞에서 참된 나 자신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하나님이 부여하신 정체성으로 다시 일어나라. 아니, 일어나기 위해 엎드리라. 무릎으로 기어나가라.
우리 자신의 힘과 능력, 우리가 의지하던 것들을 상징하던 영적 환도뼈가 꺾이고, 오직 주님이 허락하신 새 이름으로, 하나님의 얼굴 앞에서 시작된 브니엘의 새 아침을 맞게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한다.
- 믿음이 넘어진 자리, 원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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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 고린도후서 12:9
† 기도
나에게 힘이 되었던 모든 것들을 다 내려놓고 오직 주님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그렇게 붙들고 의지하고 신뢰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 적용과 결단
나에게 힘과 능력으로 여겼던 모든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는 삶 되기로 결단합니다. 오직 주님만 의지하는 하루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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