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왕이 끝까지 항복하지 못한 두 가지 이유(출9장)
참 이상합니다. 열 번이나 되는 끔찍한 재앙을 당했으면 완전히 항복할만한데... 바로왕은 재앙이 수습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애굽의 술사들은 "이는 하나님의 권능이니이다"라고 고백하며 손을 들었고, 심지어 애굽의 백성들 중 일부는 여호와의 말씀을 두려워하여 짐승들을 집으로 대피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애굽의 모든 사람들이 여호와를 인정하며 변화를 보이는데... 왜 유독 바로왕만은 끝까지 굴복하지 못하고 마음이 갈수록 완악해졌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지독한 바로의 모습 속에서... 다름 아닌 하나님을 떠나 내 삶의 주인 되어 살았던 '끔찍한 나의 옛 자아'를 봅니다.
바로에게 있어서 이스라엘을 순순이 내보낸다는 것은, 단순한 양보가 아니라 자신의 모든 존재 기반을 해체하는 '자살 행위'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바로는 자신이 태양신의 아들이며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는 신적 존재라고 믿었기에... 이스라엘의 신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은 평생 구축해 온 '자아의 정체성'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또한, 이스라엘 백성으로 이루어진 노예 시스템은 애굽 제국을 지탱하는 핵심 경제 인프라였습니다. 백성을 내보낼 때 닥쳐올 결과(경제 파탄, 국방 약화)가 너무나 끔찍했기에... 그는 재앙의 강도가 점점 더 심각해져가는 것을 목도하면서도 그 쌓아온 인프라를 쉽게 내려놓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 모습은 우리의 옛 자아가 얼마나 지독하게 세상의 조건적 시스템과 결탁되어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따르려 할 때, 그동안 맺어온 세상의 관계들과 의지했던 물질적·사회적 인프라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거대한 부담감 때문에 선뜻 용기를 낼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제 삶을 돌아보면 처음 예수님을 믿을 때 그동안 무교로 살아왔던 가정배경과 문화를 내려놓아야했고, 그동안 관계맺어온 술친구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리해야 했으며, 그동안 형성되어 온 현세적 가치관을 내세적 가치관으로 뜯어 고쳐야 했습니다. 이것은 내 생각과 의지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실행에 옮길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오직 내 마음을 감화시키시는 성령의 역사가 아니면 절대로 설명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 과정은 처음 예수님을 믿고 영접할 때뿐 아니라... 매일의 삶 가운데 주님을 따르면서 끊임없이 반복되어져야 할 성화의 과정입니다. 옛 자아의 관성을 따라 조건적 시스템의 노예로 살지 않고, 날마다 새 언약 안에서 부어지는 하나님의 아가페 사랑 안에 거하려면 두 가지 근본적인 삶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첫째, 정체성의 재정의입니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라는 ‘가짜 정체성’을 버려야 합니다.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품으시는 하나님의 조건 없는 사랑 안에서, 나를 ‘존귀한 하나님의 자녀’이자 ‘삼위 하나님과 연합된 새 피조물’로 재정의하는 것입니다.
둘째, 삶의 루틴(인프라)의 재정립입니다.
정체성의 재정의가 실제적인 삶의 변화로 이어지려면, 옛 습관의 관성이라는 인프라를 미련 없이 허물어야 합니다. 이제는 조건적 세상의 인프라가 아닌,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연합하는 '새로운 루틴'이 필요합니다.
오늘 하루도 새로운 피조물의 정체성을 선포하며, 새 언약 안에서 걸어가는 영적 루틴을 사수하고자 합니다. 영혼의 생명줄과 같은 큐티, 성령의 세밀한 음성을 듣는 산책기도, 그리고 내 혼과 몸을 향해 하나님의 음성을 들려주는 말씀 선포의 거룩한 루틴 안에서 내가 죽고 오직 그리스도로 살아가는 복된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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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언약 안에서의 삶은
'정체성의 재정의'와
'삶의 루틴(인프라)의 재정립'이라는
두가지 기초 위에 세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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