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은 왜 모세를 죽이려 하셨나? (출4:18-31)
출애굽기 4장 후반부, 하나님이 갑자기 모세를 죽이려 하시는 장면은 성경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대목 중 하나입니다. 바로 직전까지 모세를 설득하고 달래며 이집트로부터 이스라엘의 구원자로 파송하려 하셨던 하나님이, 돌연 그의 생명을 취하려 하시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모세의 뿌리 깊은 정체성과 '언약'이라는 열쇠로 풀어야 합니다. 모세는 이집트 왕궁에서 자랐으나, 유아기 시절 친모 요게벳으로부터 철저한 신앙 교육을 받았습니다. 나일강에서 발견될 당시 이집트 공주가 그를 즉시 히브리 아이로 알아본 것 역시, 그의 몸에 새겨진 할례의 흔적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모세는 몸에 새긴 언약의 징표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지 않고 성장했습니다. 이후 미디안으로 도주한 모세는 이방 여인 십보라와 결혼합니다. 첫째 아들 게르솜을 낳았을 때, 모세는 이방 문화에는 생소한 히브리식 할례를 고집했을 것입니다. 당시 십보라는 갓난아이의 피를 보는 이 생경한 예식에 깊은 트라우마를 가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세월이 흘러 80세의 모세가 이집트로 사명을 받들어 떠나려 할 때, 늦둥이 둘째 아들 엘리에셀의 할례 문제를 두고 부부는 다시 정면충돌했을 것입니다. 결국 십보라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힌 모세는 현실과 타협하여 할례를 보류한 채 길을 떠납니다. 바로 그때 하나님의 강권적인 개입이 일어난 것입니다. 모세가 위기에 처하자마자 십보라가 즉각 돌칼을 든 것은, 직전까지도 이 문제로 부부가 얼마나 치열하게 갈등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입니다. 본문에서 하나님이 모세를 "죽이려 하셨다"는 표현은 히브리 문학 특유의 강조 화법으로 보아야 합니다. 실제로는 모세가 치명적인 급성 질환에 걸렸거나 '여호와의 사자'가 위엄 있게 현현하여, 이 사태의 원인이 '할례를 반대해 온 자신'에게 있음을 십보라가 단번에 직감하게 하신 초자연적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 사건을 통해 이방인인 십보라를 방관자가 아닌 언약 백성의 일원으로 강력하게 초대하셨던 것입니다.
아들의 할례를 집행한 십보라는 모세를 향해 "피 남편(아들의 피로 살려낸 남편)"이라 외칩니다. 이는 하나님의 거룩함 앞에 굴복해야만 하는 억울함과 분노가 섞인 절규였습니다. 이 사건 직후 십보라는 잠시 모세를 떠나 친정으로 돌아가지만, 이는 결코 영원한 결별이 아니었습니다. 훗날 광야에서 다시 모세와 합류한 그녀는 이제 이방 여인이 아닌, 온전한 언약 백성의 일원으로 남은 여정을 함께합니다. 하나님은 한 개인의 복잡한 가정사조차 포기하지 않고 품으시는 아가페 사랑으로 그들 모두를 구원의 대열에 세우신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거대한 구속사적 언약의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본문 바로 앞 23절에서 하나님은 바로의 장자를 치실 것을 경고하십니다. 즉, 아들의 피를 통해 모세가 살아난 이 사건은, 훗날 어린 양의 피로 장자의 죽음을 면하게 될 유월절 사건의 복선입니다. 이집트에 들어가기 전, 하나님은 모세에게 '피 흘림이 없이는 생명이 없다'는 언약의 핵심을 상기시키셨습니다. 이는 장차 인류를 위해 피 흘려 죽으실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 사랑을 미리 보여준 예표적 사건입니다.
결국 출애굽기 4장의 이 장면은 하나님이 모세의 미시적인 가정사와 전 인류의 거시적인 구속사 안에서 어떻게 완전한 구원을 이루시는지를 보여줍니다. 오늘 묵상을 통해 꺾을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느낍니다. 당장 눈앞의 고통 때문에 적당히 타협하려는 인간의 연민보다, 개인과 가정과 인류 전체의 운명을 통합적으로 내다보시는 거대한 하나님의 사랑... 지극히 작은 한 사람도 결코 소홀히 여기지 않고 구원해 내시는 하나님의 꺾을 수 없는 의지를 봅니다. 오늘 하루도 내 삶을 이끄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든든한 사랑을 깊이 헤아리며, 그 사랑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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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피로 죽음의 문턱을
넘은 모세의 사건은,
어린 양의 피로 모든 인류의
죽음을 넘기실 유월절의 복선이요
십자가의 예고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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