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 시 119:105
어두운 인생길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말씀 한 구절이 등불이 되어 내 발 앞을 비춘다. 멀리까지는 보이지 않지만,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빛이다. 말씀은 등불일 뿐 아니라, 내 길 전체를 비추는 빛이기도 하다.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그 말씀이 나를 멈추게 하고 주님의 말씀에 다시금 순종하게 하여 하나님의 길로 이끌어준다.
어느 날,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분이 강아지를 품에 안고 교회를 찾아오셨다. 혼자 사시는 분인데 여러 우여곡절 끝에 교회에 발을 들여 우리 교회에서 두세 달 정도 지내셨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고, 쉽지는 않았으나 내 나름대로는 잘 섬기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하루를 마무리하고 퇴근을 준비하면서 마음이 분주한 가운데, 그 분과 마주하게 되었다. 조심스레 이런저런 말을 건네며 어떻게 지내셨는지 물었는데 그 분이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목사님, 그냥 똑바로 말씀해주세요. 제가 여기 있는 게 불편하세요? 불편하시면 저는 가겠습니다”라고 톡 쏘아붙였다.
순간 기분이 언짢아진 나는 나도 모르게 “죄송하지만, 그럼 가시죠. 여기 계시기 불편하시면 좋은 데를 찾아가세요. 도울 수 있으면 제가 돕겠습니다” 하고는 돌아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5미터 정도나 걸었을까, 이상하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대로 퇴근하기에는 무언가가 내 마음에 걸렸다. 갈까 말까 여러 번 갈등하다 한숨을 내쉬며 멈췄다. 마음속에서 누군가 조용히 말했다.
“그렇게 보내면 안 된다.”
발길을 돌렸다. 혹시 저분이 식사를 못 하신 건 아닐까 싶어 목양실 서랍에 준비해두었던 오만 원권을 꺼내 들고 다시 그 분에게 가서 “식사 안 하셨으면 이거로 따뜻한 밥 한 끼 하세요. 건강 잘 챙기시고요”라고 말하며 식사비를 건넸다. 조금 전의 내 말투와 태도가 마음에 걸려 이렇게 덧붙였다.
“아까 제가 조금 차가웠던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저도 열심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성도님도 주변 상황을 잘 헤아려주세요. 그리고 어떻게든 여기에 계실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찾아보죠.”
그렇게 말하고 나니 답답했던 감정이 확 풀리고 마음이 기뻤다. 내가 주님 앞에서 해야 할 일을 회복한 느낌이었다. 작은 일 하나였지만, 내 감정과 태도, 결정이 회복되는 사건이었다.
그 분에게 “죄송하지만, 그럼 가시죠”라고 말하며 돌아설 때, 나는 내 일반적인 삶의 방식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마음은 불편했지만, 그냥 지나칠 수 있었다. 그런데 성령께서 내 마음을 돌이키게 하셔서 나는 발길을 돌려 내가 가진 물질로 그 분을 섬기게 되었고, 마음 깊은 곳에 있던 힘든 감정들도 성령의 도우심 안에서 풀려나게 되었다.
성령께서 감동하시는 그 순간에 순종하기만 하면, 그 말씀이 실제가 되어 나타난다. 그 말씀이 내 안에 빛이 되어 살아난다. 그때 영혼이 살아나고 잘되는 것이다.
내 영혼을 살리려면 진리의 말씀이 내 삶에서 실제로 경험되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말씀이 머리로만 아는 정보가 아니라 실제로 내 삶에 체험되어야 한다. 그 진리의 말씀이 내 안에 경험되면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내가 지금 이 말씀을 살아내고 있구나. 그 말씀이 실제가 되어 나에게 일어나고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 전율처럼 온몸을 타고 흐른다. 진리의 말씀이 성경 속 문장이 아니라, 내가 걷는 길 위에서, 내가 품은 마음 안에서, 내가 드린 기도와 순종을 통해 실제 현실로 나타난다.
그 60대 여성분에게 식사비를 건넨 그날도 그 주간의 말씀 읊조리기를 하고 있었다. “빛의 열매는 모든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에 있느니라”(엡 5:9)라는 말씀이었다. 깊은 뜻도 잘 모른 채 그저 반복해서 읊조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성령께서 나를 그 말씀에 ‘순종’하게 이끄셨다.
그런데 그다음 날, 그 말씀이 입과 머릿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들어와 열매로 맺히고 있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게는 ‘착한 마음’이 없었으나 내가 순종하여 돌아섰을 때 성령님이 그 마음을 주셨고, 내게 없던 ‘의로움’이 생겼고, 내게 없던 ‘진실함’이 마음 깊은 데서 솟아올랐다. 내가 노력해서 만든 감정이 아니었다. 말씀의 능력, 말씀의 역사였다. 그 말씀이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내 영혼을 비추었다.
나는 너무 놀라웠다. 하나님 말씀이 이렇게도 우리를 인도하신다는 것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은혜였다. 손뼉을 치며 감사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제가 뭔데 이 말씀의 진리를 이렇게 실제로 경험하게 하십니까? 이 말씀의 능력을 알게 하십니까?”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너무 배고파서 기도합니다, 장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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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요 죽은 자 같으나 보라 우리가 살아 있고 징계를 받는 자 같으나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고
- 고린도후서 6:9
† 기도
주님, 내 마음이 굳어지고 감정에 묶일 때 조용히 말씀으로 나를 돌이키게 하시고 순종할 수 있는 부드러운 마음을 부어 주소서. 말씀이 지식에 머물지 않게 하시고 내 삶 속에서 실제가 되어 열매 맺게 하소서.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이 내 안에서 살아 움직이게 하소서.
† 적용과 결단
말씀을 듣는 데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 하루 한 가지라도 순종으로 살아내겠습니다. 감정이 앞설 때 즉시 반응하기보다, 성령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기로 결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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