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나는 부모님의 지극한 사랑 안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육신의 아버지와 서먹하거나 관계가 어려워,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것조차 어색해하는 이들을 보곤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더할 나위 없는 복을 받았다.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이 내 안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랑의 깊이를 온몸으로 체험했던,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이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철없을 때라 학교에서 이런저런 사고를 쳤다.
한번은 참다못한 담임 선생님이 당장 부모님을 모셔 오라며 엄포를 놓으셨다. 눈앞이 캄캄했다. 혼나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나를 믿어주시는 부모님이 선생님 앞에서 고개를 숙이셔야 한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다.
너희는 다시 무서워하는 종의 영을 받지 아니하고
양자의 영을 받았으므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짖느니라 - 롬 8:15
‘어떻게 부모님을 학교에 오시게 하나….’
도저히 집으로 향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부모님께 큰 불효를 저질렀다는 자책감이 발길을 무겁게 붙들었다. 한참을 서성이며 망설이다가, 결국 귀가하는 대신 그 길로 곧장 가출을 선택했다.
거리를 떠돌았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한두 시간 동네를 배회하다 무작정 버스에 올라탔다. 당시 집이었던 성북 시장을 지나 우이동과 서울역을 오가는 버스였다. 맨 뒷좌석 구석에 몸을 파묻고 창밖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버스가 몇 번이나 회차하는 동안 밤은 점점 깊어만 갔다.
막차 시간이 되어 버스에서 내렸는데 버스비를 내고 나니 수중에 돈도 거의 없었다.
당시는 12시 통행금지가 있어서 방범대원에게 걸릴까 두려워 나는 눈앞에 보이는 우이동 산길로 무작정 들어갔다. 멀리서 방범대원들의 호각 소리가 들렸다. 들키지 않으려 수풀 사이로 몸을 숨기고 숨죽이고 있었다. 배도 고프고, 무섭고, 추웠다.
어둠 속에서 사각거리는 벌레 소리와 산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뜬눈으로 지새운, 내 생애 가장 길고 고통스러운 밤이었다.
새벽 4시, 통금이 풀리자마자 산에서 내려왔다. 여전히 갈 곳이 막막했다. 벤치에 앉아 해 질 무렵까지 오가는 등산객만 멍하니 바라봤다. 흙투성이 얼굴에 눈물 자국으로 얼룩진 내 꼴은 영락없는 거지였다. 꼬박 하루를 굶어 기력조차 없었다. 하지만 다시 무서운 산속에서 밤을 보낼 수는 없었다.
‘어떡하지….’
주머니를 뒤져보니 딱 20원이 있었다. 공중전화 부스로 들어가 떨리는 손으로 집에 전화를 걸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집안은 발칵 뒤집힌 상태였다. 학교 간 막내아들이 밤새 돌아오지 않으니 경찰에 신고하기 직전에 전화벨이 울린 것이었다.
신호가 가자마자 아버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
순간,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에 아버지가 물으셨다.
“진구냐? 지금 어디냐?”
입술을 깨물며 간신히 대답했다.
“여기… 6번 버스 종점 앞…이요.”
아버지는 짧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거기, 꼼짝 말고 있거라.”
전화를 끊고 주저앉아서 살았다는 안도감과 혼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펑펑 울었다.
30분쯤 지났을까, 택시 한 대가 어둠을 가르며 산 초입으로 올라왔다. 부모님이었다. 차에서 내린 아버지는 나를 향해 단숨에 달려오셨다. 나는 몸을 잔뜩 웅크렸다. 등짝을 맞든 따귀를 맞든, 크게 혼날 것을 피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나를 보자마자 와락 끌어안으셨다.
마치 돌아온 탕자를 맞이하는 성경 속 아버지처럼. 당신의 겉옷을 벗어 내게 덮어주시고, 거친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셨다. 그리고 아무 말씀 없이 당신의 볼을 내 차가운 볼에 비비셨다. 나도 아버지 품에 안겨 목 놓아 울었다. 너무 감사하고 죄송했다.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도 아버지는 나를 품에서 놓지 않으셨다.
그때 내 볼 위로 뜨거운 것이 툭 떨어졌다. 아버지의 눈물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눈을 감고 기도하시던 아버지의 그 뜨거운 눈물과 떨리던 목소리를 평생 잊을 수 없다.
그날의 기억은 내 신앙의 가장 단단한 뿌리가 되었다.
가출한 죄인을 조건 없는 사랑으로 맞아주신 육신의 아버지를 통해,
하나님께서도 나를 그렇게 품어주실 거라는 믿음이 내 영혼에 깊이 각인되었다.
훗날 복음을 깨닫고 나서야 알았다.
아버지의 그 눈물이 바로 우리를 향해 흘리신 하나님의 눈물이었다는 것을.
지금도 기도할 때면 그날의 뜨거운 눈물이 내 볼에 닿는 듯하다.
나는 여전히 그날의 막내아들이 되어 하나님 품에 안긴다.
- 하나님의 막내아들, 여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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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
이에 일어나서 아버지께로 돌아가니라
아직도 거리가 먼데 아버지가 그를 보고 측은히 여겨 달려가 목을 안고 입을 맞추니
- 누가복음 15:20
† 기도
주님보다 다른 것 우선하며 주님과 멀어졌던 그 시간과 장소에서 돌이켜 주님께로 돌아갑니다.
주님, 연약하고 부족한 나를 용서해 주시고 받아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 적용과 결단
어떤 이유로든 방황하지 말고 주님께로 곧장 나아가기로 결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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