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목사가 여섯 명이 넘는 열세 살 초등학생에게 물었다.
“죄가 무엇이라고 생각해?”
그 아이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십계명을 어기는 게 죄예요.”
교회를 평생 다닌 아이에게 ‘죄’의 정의는 곧 ‘규칙을 어기는 것’이었다.
사실 이 대답은 놀랍지 않다. 많은 성도들이 이렇게 배웠다. 율법을 기준으로 배운다.
하지만 정작 십계명을 순서대로 말해보라고 하면 어른들도 당황한다. 부끄럽지만 나도 목사 시험을 볼 때 십계명을 대보라는 말에 버벅대며 한참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외우지도 못하는 법을 기준으로 여긴다. 그 법을 지키지 못하면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규정한다.
율법 중심의 신앙은 결국 이런 생각을 갖게 만든다.
1) 죄 = 규칙을 어기는 것이다.
2) 신앙 = 규칙을 지키는 것이다.
3) 구원 = 내가 얼마나 착하게 살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그렇게 신앙은 어느 순간 기쁨이 아니라 족쇄가 된다.
오늘날 교회 안에서도 사랑보다 율법이 앞세워질 때도 있다. 사랑을 말하면서도 법을 우선시한다. 은혜를 말하면서도 결국 행위를 앞세운다. 율법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율법으로 구원을 얻을 수 없을 뿐이지, 율법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율법과 복음은 나뉘지 않는다.
예수님은 율법을 성취하셨다. 우리가 율법을 다 지킬 수 없기에, 예수님이 친히 율법을 이루셨다. 우리의 죄가 예수님에게 전가되고, 그분의 의가 우리에게 전가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담 안에서 예수님 안으로 옮겨졌다.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행동은 변화가 없다. 이미 율법주의 신앙이 우리의 양심에 파고들어서 우리를 옭아매고 있다. 양심에 율법이 각인되어 있다. 율법을 지켜야 혹은 착하게 살아야 구원받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교회학교에서 사역을 처음 시작할 때, 아이들에게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먼저 눈을 감으라고 하고 묻는다.
“내가 지금 당장 죽는다면 나는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 들어보세요.”
이 질문을 들으면 무의식적으로 내가 착하게 살아왔는지 잘못한 건 없는지 생각하게 된다. 이 질문에 자신이 천국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손을 드는 아이들은 10분의 1정도밖에 안 된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어른 예배에서도 이 질문에 자신 있게 손을 드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유를 물어보면 “저는 아직 죄인이어서요”, “하나님 앞에 부족해서요”라고 하지만, 이는 겸손이 아니라 교만이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구원받기에 충분할 수 있을까? 십억 헌금하면 가능할까? 삼십 년 동안 교회 빠지지 않고 나가면 가능할까? 교회에서 높은 직분을 얻으면 가능할까? 답은 ‘절대 불가능’이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절대 충분할 수 없다.
‘내가’ 구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보내주신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사랑이자 은혜라고 부른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수 있다. 구원받을 수 있다. ‘내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셨기 때문이다. 내가 충분하거나 완벽해서가 아니다. 하나님께서 완벽하시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의 죄를 사하셨기 때문이다.
“율법은 우리를 십자가로 이끌고, 십자가는 우리를 자유로 인도한다”라고 한 찰스 스펄전의 말처럼, 우리는 십자가를 통해 자유를 얻었다. 십자가를 통해 죄가 사해졌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의롭게 하셨다. 우리가 의로워서 의로워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으로 인해 의롭다 칭함을 받은 것이다. 구원은 내가 얼마나 착한가에 달려 있지 않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이루신 은혜에 달려 있다. 그 은혜와 사랑을 경험할 때 사랑의 삶을 살게 된다.
- 착하게 살다 지친 당신에게, 안세진
† 말씀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함이라
- 에베소서 2:8~9
† 기도
나는 주님께서 지신 십자가로 인해 자유를 얻었음을 고백합니다. 주님의 은혜와 사랑을 경험하여 오늘 살아가는 것이 주님의 전적인 은혜임을 선포하며 살아가는 자 되게 하여 주세요.
† 적용과 결단
주께서 베푸신 구원은 내 의로움으로 인함이 아니라 주님의 은혜임을 고백하는 하루 되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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