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는 오랜 세월 동안 ‘바쁨’을 미덕처럼 여겨왔다.
목회자는 늘 분주해야 하며 설교 준비, 심방, 교육, 성경공부, 기도회, 노회 활동 등으로 쉼 없이 움직이는 것이 마치 목회의 증표처럼 여겨졌다.
교회 또한 이에 맞춰 다채로운 예배와 프로그램을 추가하며 활동을 확대해왔다.
새로운 예배나 집회를 기획하는 일은 비교적 쉬웠지만, 비효율적이거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사역을 정리하는 일은 훨씬 어려웠다. 확장 일변도의 교회 운영은 결국 복잡한 구조를 낳았고 교회는 활동과 프로그램의 무게에 지쳐가고 있다.
그러던 중 코로나 팬데믹은 한국 교회에 심각한 질문을 던졌다.
바쁜 것이 충성이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그 활동이 곧 부흥의 증표처럼 여겨졌던 흐름 속에서 갑작스레 모든 것이 멈췄다. 예배와 모임은 축소됐고 기존에 반복하던 활동들은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그러나 이 멈춤은 일시적 제약이 아니라 본질을 되묻는 기회로 작용했다. 팬데믹 이후 교회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이전과는 다른 질문이 남았다. ‘모든 사역을 다시 회복해야 하는가’, ‘무엇이 정말 필요한가.’
이러한 시대적 전환점에서 미국의 교회성장학자 톰 레이너는 의미 있는 통찰을 제시했다. 그는 팬데믹이 오히려 복잡한 사역 구조를 단순하게 재편할 기회라고 말한다. “수많은 사역의 접시를 돌리며 자신을 혹사하기보다는 몇 가지 핵심 사역에 집중해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복잡함을 단순함으로 대체하기에 지금만한 때도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가 일찍이 에릭 게이거와 함께 저술한 《단순한 교회》에서 제시한 원리는 바로 이 단순화의 힘에 주목한다. 단순하지만 의도적인 사역 설계를 통해 교회는 제자화의 본질적 과제를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된 심플처치의 네 가지 핵심 원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역적 비전의 명료화, 둘째, 그 비전을 향한 일관된 움직임, 셋째, 사역과 시스템의 통합적 정렬, 넷째, 핵심 가치에 집중된 사역의 재구성이다.
결국 이 모든 요소는 성도를 제자로 세우는 단순하면서도 전략적인 흐름을 형성한다.
이제 한국 교회는 사역의 양을 회복하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사역이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팬데믹을 거치며 많은 교회들이 물리적으로 프로그램을 줄였지만 그것은 단지 축소의 문제가 아니라 사역의 본질에 대한 성찰의 기회가 되었다.
반복적으로 진행하던 예배와 활동이 멈추었을 때 성도들 역시 ‘무엇이 정말 나의 신앙에 필요한가’를 자문하기 시작했다. 이는 교회가 선택과 집중의 원리를 따라 사역을 단순화하고 본질에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더 깊은 영적 성숙과 공동체의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지금은 ‘바쁘게 돌아가는 교회’보다 ‘방향이 명확한 교회’가 필요한 시대이다. 심플처치는 그 변화의 요청에 실천적으로 응답할 수 있는 목회적 틀이 될 수 있다.
몇 년 전 미국 애즈베리대학교에서 일어난 부흥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교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당시 부흥을 통해 드러난 Z세대의 영적 갈망은 ‘더 많은 것’보다 ‘더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흐름을 반영한다.
“우리는 더(more)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덜한(less) 것을 원합니다”라는 부흥에 참여한 한 학생의 고백은 시대의 혼란과 변화 속에서 ‘정제되고 실제적인 것을 찾는 그 세대의 심정’을 대변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뿌리 깊은 의미의 공허가 존재하고 있으며 그것이 광범위한 영적 갈망을 낳고 있다. 이는 심플처치가 단순히 사역 운영 방식의 선택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신학적 응답이며 목회적 사명이어야 함을 시사한다.오늘날 교회는 복잡하고 과잉된 사역 구조 속에서 점점 줄어드는 참여율과 마주하고 있다.
개인과 가족 중심의 삶이 강화되고 성도들이 교회 활동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또 반복적인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피로감은 누적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교회들은 사역의 본질과 우선순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하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심플처치는 단순함이라는 겉모습이 아니라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을 회복하는 전략으로 주목된다. 이는 교회의 사역적 비전을 명료하게 설정하고 그 비전에 따라 사역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며 그에 맞춰 조직과 흐름을 일관되게 정돈하는 것을 의미한다. 핵심은 덜하기 위해 덜하는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을 드러내기 위해 덜어낸다는 데 있다. 본질이 아닌 활동은 줄이고 예배와 말씀, 기도, 공동체와 같은 본질적 사역에 집중하는 방향이 바로 그 전환이다.
심플처치의 원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다.
예배와 소그룹에 집중해 공동체 중심의 신앙 실천을 강화하는 형태, 영혼 구원을 중심 사명으로 삼고 조직과 프로그램을 간결화하는 방식, 예배 흐름을 단순화하고 설교의 진정성에 집중하는 접근, 그리고 명확한 비전 아래 모든 사역을 정렬하고 불필요한 활동을 과감히 정리하는 전략등이 그것이다. 이들 모두는 교회의 본질에 집중하고 사역의 흐름을 단순화함으로써 더 깊은 영적 성장과 공동체의 회복을 지향한다.
종종 교회들이 사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외부 프로그램이나 모델을 차용하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기 교회의 고유한 맥락과 핵심 사명을 충분히 숙고하는 일이 먼저라는 사실이다. 잘되는 모델을 기계적으로 도입하다보면 오히려 교회 내 불협화음이나 정체성 혼란을초래할 수 있다. 반면 심플처치는 교회가 스스로 소명을 분명히 하고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본질을 중심에 세우도록 돕는다.
결국 지금은 교회가 ‘얼마나 많은 사역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사역에 집중하는가’를 물어야 할 때이다. 심플처치는 그 질문에 신학적 명확성과 실천적 지침을 제공하며 오늘의 교회를 복음과 제자도 중심의 공동체로 다시 세우는 실질적인 길을 제시한다. 이 단순함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며 오히려 신앙의 무게를 되찾는 길이다.
- 한국 교회 트렌드 2026, 지용근 외 10인
† 말씀
주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 누가복음 10:41~42
† 기도
주님, 분주한 하루 속에서도 하나님께 집중할 수 있는 지혜를 주옵소서.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여 하나님나라를 위해 살아가게 하소서.
† 적용과 결단
하나님 앞에서 신앙의 본질과 우선순위를 제대로 선택하고 집중하여 하나님께만 집중할 수 있는 하루를 살아가기로 결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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