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때는 잘 놀던 아이들이 식사 시간이 되자 연달아 응가를 했다. 시설에서 자라는 아이는 일반 가정의 아이보다 기저귀를 늦게 떼는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보육사가 여러 명을 돌봐야 하기에 가정에서처럼 일대일로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선생님은 식사도 못 하고 아이들의 뒷수발만 들었다. 용변을 본 아이를 화장실에서 씻겨 나오는 동안, 한 아이가 케첩을 상 위에 바르고 감자를 찍어 먹었다. 옆에 있던 아이는 케첩 짜는 게 재밌는지 다섯 개째 짜고 있었다.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배운 ‘공감’은 어디 가고 내 입에서 “아냐, 안돼!” 소리만 연신 터져 나왔다. 그때 한 청년이 식사를 도우러 왔다. 그는 보육원의 큰형이었다. 그가 내게 다가왔다. 자신은 이곳에 두 살에 들어와 지난 십칠 년간 있었고, 올해 모 대학 국제학과에 합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몇 년 전, 자신의 티셔츠 위에 나의 사인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났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사 년 전, 잠시 한국에 방문했을 때 이곳에 왔는데, 그때 한 중학생이 옷 위에 내 사인을 받았었다.
“어머, 너 정말 키가 많이 컸구나. 대학 입학도 축하해. 정말 기특하다.”
그 청년이 내게 물었다.
청년은 내 유튜브도 보는 모양이었다. 잠시 후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맞다. 구체적으로 언제 온다고 약속하진 않았지만, 분명 “다시 올게”라고 했던 것 같았다. 그 말을 한 지 사 년 만에 이곳을 찾은 것이다.
그동안 미국에서 학업을 마쳤고, 코로나로 인해 방문할 수 없는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 중학생 아이는 다시 온다는 내 말을 마음에 새기고 대학생이 될 때까지 나를 막연히 기다린 거였다.
가슴이 먹먹했다.
본인은 인지하지 못해도 무의식의 저장고에 가득 채워져 있기에, 누군가가 약속을 안 지키면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은 아픔을 느낀다. 그 아픔은 아이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아이는 자신이 왜 아픈지, 얼마나 아픈지, 그 상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모른 채 또 다른 상처를 입는다.
“곧 찾으러 올게”라는 말 한마디 남긴 부모를 끝없이 기다리며 서서히 마음이 꺾이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온다. 내 일처럼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그건 아마도 내 안의 상실감이 건드려지기 때문일 거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데, 보육원에서 만난 청년의 말이 자꾸 귀에 맴돈다.
부모가 오기를 기다리다 지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을지, 그 어린 마음에 상처는 또 얼마나 깊을지 다시 마음이 아려온다. 예은이와 예진이도 입양되지 않았다면, 지금껏 데리러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눈물로 잠들었을지도 모른다.
‘만일 딸들이 내 품에 오지 않았다면,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었을까? 비슷한 얼굴의 전혀 다른 아이로 자라났겠지. 나는 이 아이들의 존재조차 모를 수도 있었겠네.’ 이런 몸서리쳐지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한다. 그럴 때면 딸들을 우리 품으로 보내주신 하나님께 저절로 깊은 감사가 나온다.
보육원에 맡겨진 아이는 매일 아침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가 해 질 무렵 실망의 눈물을 삼키는, 대단히 폭력적이고 잔인한 방법으로 ‘엄마가 오지 않는다’라는 현실을 배운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오지 않는 부모를 기다렸을 아이들. 원장님 방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혹시 엄마인가?’ 기대하고, 자동차가 보육원 앞에 멈춰 서면 ‘아빠가 온 걸까?’ 마음 졸였을 아이들. 밤마다 ‘내일은 오겠지, 내일은 올 거야’ 하며 눈물 흘렸을, 그러다 어느 순간 소망을 스스로 단념했을 아이들. 가슴이 먹먹해진다.
- 하나님, 그래서 그러셨군요!, 신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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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
아버지는 종들에게 이르되 제일 좋은 옷을 내어다가 입히고 손에 가락지를 끼우고 발에 신을 신기라 그리고 살진 송아지를 끌어다가 잡으라 우리가 먹고 즐기자 이 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며 내가 잃었다가 다시 얻었노라 하니 그들이 즐거워하더라
† 기도
† 적용과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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